세계

나엘 사건과 프랑스 이민자 차별

지난 주말 프랑스 곳곳에서 시작된 시위가 격해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자동차 1300여 대, 집 200여 채가 불에 타고 시위에 참여한 3000여 명이 체포됐다고. 몇몇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 끊기고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어요.

시위, 왜 일어난 거야?

시위는 ‘나엘’이라는 알제리계 이민자 소년이 경찰에 의해 사망하면서 시작됐어요. 교통 검문을 받던 나엘이 차를 출발시키려 하자, 경찰이 나엘에게 총을 쏴 그를 숨지게 한 건데요. 경찰은 ‘나엘이 차를 몰고 경찰을 향해 돌진하는 바람에 총을 쐈다’고 했지만, 소셜미디어에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오며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고요. 하지만 시위가 커진 게 단순히 경찰의 과잉 진압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이 나와요. 프랑스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봐야 한다는 것.

이민자에 대한 차별?

프랑스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왔어요. 2020년 프랑스 전체 인구의 13%가 이민자였을 정도인데요. 이민을 통해 프랑스가 성장해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1) 싸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었고, (2) 이민 가정의 높은 출생률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고, (3) 이민자 출신 인재들이 문화·스포츠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는데요. 차별에 대해 쌓여 왔던 불만이 나엘의 사망을 계기로 터져 나온 거라는 분석이 나와요.

왜 그렇게 된 건데?

프랑스는 이민자의 문화적 배경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 이민자가 프랑스 문화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이민 원칙을 갖고 있는데요. 이런 원칙과 프랑스 이민자들의 특성이 충돌하면서 이민자들이 프랑스 사회에 잘 ‘프며들지’ 못했다는 말이 나와요:

  • 사회적 문제 🏫: 프랑스는 법에 ‘출신 집단에 대한 차이·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써뒀는데요. 이런 기계적인 평등주의 때문에 불평등이 계속됐다는 지적도 나와요. 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소수자 우대 정책(예: 할당제, 가산점제)을 시행할 수 없어서, 여러 세대를 거쳐도 이민자 가정은 저학력·저소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

  • 경제적 문제 💸: 상당수 이민자는 심한 빈곤·실업 등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들은 ‘방리유’라고 불리는 도시 외곽에 모여 사는데요. 이곳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의 2배 수준이고, 어린이 5명 중 3명은 빈곤한 가정에서 자라요. 이번에 나엘 사건이 발생한 지역도 이런 곳이었고요.

  • 종교적 갈등 🧕: 이민자의 30%는 이슬람을 믿는 북아프리카 3국(알제리·튀니지·모로코) 출신인데요. 프랑스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종교를 분리해야 한다’는 ‘라이시테’ 원칙을 헌법 1조에 적어 두고,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복장인 히잡·부르카 등을 못 쓰게 했어요. 생활과 종교가 딱 붙어 있는 무슬림 이민자들은 이걸 자신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고요. 이런 종교 갈등이 불씨가 돼 무함마드 만평 사건 등 끔찍한 테러가 벌어진 적도 있어요.

시위는 계속될까?

나엘의 유족까지 나서 시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시위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어요. 2005년에도 경찰의 과잉 진압과 이민자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는데요.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큰 사태였어요. 이번 시위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와요.

이미지 출처: ⓒNEWNEEK/Reuters
#세계#인종차별#프랑스#에마뉘엘 마크롱#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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