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로트의 (거의) 모든 것

1. 테스 형, 트로트가 뭐야?

요즘 제일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나훈아의 히트곡부터 하나 듣고 가시죠(영상). 어머니를 향한 마음을 절절하게 녹인 <홍시>인데요. 이 노래처럼 반복되는 리듬과 떠는 창법이 돋보이는 게 특징인 트로트는, 우리나라의 음악 장르예요.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온 미국의 음악 장르 ‘폭스-트롯(Fox-trot)’이라는 단어에서 ‘트롯’만 떼와 이름을 지었다고. ‘쿵짝’ 하는 두 박자가 특징이라 한때는 사람들이 ‘뽕짝’이라고 낮춰 부르기도 했어요. 한국, 일본, 미국,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들의 음악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어요.

 

언제 짜잔 등장했어?

1920년대예요. 처음엔 유행가로 출발했어요 🎙️. 1929년에 나온 이정숙의 <낙화유수>가 무성영화에 삽입되며 최초의 대중가요로 자리매김한 것이 시작이었다고(영상). 그 뒤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가수로 나선 채규엽이 <술은 눈물이냐 한숨이냐>라는 트로트를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어요. 처음 나올 당시엔 도시 지식인이나 돈 많은 소시민층 등이 향유하던 세련된 음악이었다가, 점점 더 대중적인 장르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어요. 우리가 아는 지금의 트로트 스타일이 딱 자리잡힌 건 1960년대인데, 대형 가수(예: 이미자, 남진, 나훈아)가 팡팡 쏟아져 나오면서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왜 그렇게 ‘히트다 히트’ 한 거야?

경제개발 바람이 휘몰아치던 1960년대. 트로트의 구슬픈 멜로디가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인기몰이를 했다는 분석이 많아요 📻. 당시 이미자가 내놓은 <동백아가씨> 앨범은 10만 장 이상 팔리며 대 히트를 쳤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100만 장의 판매량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슬슬 노 저을 정도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트로트 열풍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두 사람이 있으니, 바로바로 남진과 나훈아:

  • 나훈아 vs. 남진: 남진과 나훈아는 60년대 후반 각각 <가슴 아프게>와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어요. 이 두 사람이 라이벌 구도를 10년 가까이 유지하며 ‘트로트 열풍’을 이끌었던 것.

하지만 일본풍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이미자의 곡을 포함한 일부 트로트는 방송에서 트는 게 금지되기도 했어요.

 

+ 트로트 뿌리 논쟁: 너 일본에서 왔어?

트로트가 일본 것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은 꾸준히 나왔던 이야기. 일본의 ‘엔카’에서 영향을 받았고, 일제 강점기 때 한국에 강제로 뿌려졌다며 비판적으로 보는 입장도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엔카가 한국의 영남 쪽 민요에서 영향을 받았고, 트로트와 엔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고 보는 일본의 전문가들도 있다고.

 

2. 트로트, 요즘 난리야 난리

추석에 TV 채널 돌리다가 살짝 놀랐을 수도 있어요. 여기도 트로트 저기도 트로트, 이거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뉴닉 팀도 고슴이도 궁금해졌어요. “테슴형, 트로트가 왜 이래?” 

 

트로트 열풍, 언제부터였더라?

완전 최근 일은 아니에요. 돌아온 트로트의 대유행, 그 시작은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장윤정, 홍진영, 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가 대거 등장하며, 젊은이들도 ‘어머나’, ‘사랑의 배터리’, ‘곤드레만드레~’ 하고 흥얼거리기 시작했거든요. ‘난 이제 지쳤어요’ 뒤에 ‘땡벌!’을 부를 줄도 알게 됐고요. 뒤이어 아이돌 슈퍼주니어도 트로트 장르에 집중하는 유닛 그룹 ‘슈퍼주니어T’를 만들어 K-POP과 트로트를 섞은 <로꾸거>를 내 크게 대박이 나기도 했어요.

 

솔솔 불던 트로트 유행 바람을 대형 태풍으로 만든 건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 🌀🎤. 미국의 장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모티브로 하는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한국에는 K-POP 오디션 프로그램이 쭉쭉 성공했어요. 이후 <슈퍼스타 K>를 이끈 PD가 <트로트 엑스>를 제작하며, 트로트에도 오디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요.

 

이 프로그램 자체는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이후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트로트 열풍에 제대로 불을 붙였어요. 어느 순간 어머니 아버지 프로필 사진이 ‘송가인’, ‘임영웅’으로 바뀌었고 이후 다른 방송사에서도 <나는 트로트 가수다>, <보이스 트롯>, <트롯 전국체전> 등 트로트를 컨셉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우후죽순 쏟아냈습니다. 

 

트로트가 유행하는 이유, 도대체 뭘까?

  1. 우리 노래니까! 🇰🇷: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한국다운 노래가 좋다는 거예요. 트로트는 가사에 한국인의 정서, 한,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는 평을 많이 받아요. 목을 누르며 간드러지게 음을 뽑아내는 창법이나 음을 떨거나 꺾는 창법이 판소리와 닮아 전통적인 느낌이 많고요. 

  2. 실시간 온라인 투표의 짜릿함 🗳️: 좋아하는 가수에게 직접 표를 던질 수 있게 되면서, TV 앞에 앉아 수동적인 자세로 시청하는 것을 벗어나 방송에 더 직접 개입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 

  3. 지역 행사가 사라졌다 😷: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이는 야외 지역행사가 많이 취소되면서, 트로트 가수가 행사에서 TV로 활동 무대를 옮겼어요. 꼭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예능 등에 자주 모습을 비추면서 대중의 관심도 올라갔고요.

  4. 젊은 트로트 가수의 등장 🌠: 옛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로트에 젊은 사람이 마구 모여 노래 경연을 벌이기 시작했어요. 11살, 13살 어린 아이도 트로트를 부르면서 트로트가 옛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편견도 깨졌고요. 

  5. 내 최애 가수의 컴백 🧡: 트로트를 즐기던 사람에게 트로트가 다시 유행하는 것만큼 반가운 일이 없을 거예요. 예를 들어, 힙합의 인기가 식어 내 최애 뮤지션이 노래를 못 낸다면 너무 슬플 텐데요. 이때 몇십 년 만에 다시 전성기를 찾아 채널마다 힙합이 나온다면? 이처럼 한때 트로트라는 장르를 사랑했던 팬(=어른 세대)도 지금 이 유행을 한마음으로 반기고 있는 것. 실제로 TV를 많이 보는 세대의 인기를 증명하듯, 트로트 프로그램은 계속 시청률을 어마어마하게 휩쓸고 있어요(9월 30일 ‘나훈아 콘서트’ 평균 시청률 29%,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 사실 트로트뿐만은 아니라던데

옛것이 유행하는 분야가 트로트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옛것을 새로 해석해 유행으로 삼는 트렌드인 ‘뉴트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식품, 패션,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어요. 소주도 옛 디자인을 살린 ‘진로이즈백’이 유행하고, 1950년대 옛날 브랜드 로고가 박힌 레트로 컵을 모으는 취미도 핫하다고. 

 

 

3. 트로트 열풍 짚어볼 부분은?

트로트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라고 해도 좋은 시기,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생각해볼 부분은 없을까요? 트로트 전문가 설운슴 씨와 장윤슴 씨를 모시고 토론을 짧게 진행하며 장점과 한계점을 짚어봤습니다.

 

설운슴 ❤️: 안녕하세요, 설운슴입니다. 요즘 트로트 지겹다는 사람 차고 넘칩니다. 프로그램도 많고 다른 예능에도 트로트 가수가 꼭 1~2명은 나오는 걸 보세요. 오죽하면 포털에 트로트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트로트 지겨워’가 나오겠습니까?

장윤슴 💙: 어머나, 저는 오히려 트로트 가수가 설 자리가 더 많아져서 좋던데요. 그동안은 예능 출연진에 아이돌, 코미디언, 배우 위주로만 나왔는데 폭이 더 넓어진 건 좋은 현상이에요.

 

설운슴 ❤️: 그래도 말이죠, 트로트 방송 대부분이 오디션 프로그램인 건 콕 집어 말하고 넘어가고 싶네요. 방송 업계에서 따라하기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거죠. 쿡방이나 관찰 예능이 유행인 것처럼요. 시청자는 다양한 방송을 볼 권리가 있는데 계속 비슷비슷한 것들만 내놓잖아요.

장윤슴 💙: 그게 꼭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시청자가 좋아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다른 형식을 시도한 사례도 있어요. 방송인 유재석 씨가 <놀면 뭐하니?>에서 부캐 유산슬로 데뷔하며 젊은 층도 트로트를 더 즐길 수 있게 된 거 이거 칭찬해야 해요.

 

설운슴 ❤️: 오디션이든 아니든, 확 불붙었던 트로트가 금세 식상해질까 봐 걱정입니다. 관심이 식으면 방송국에서 찾지 않을 거고, 그러면 사람들 사이에서도 잊힐 테니까요.

장윤슴 💙: 그렇진 않을 것 같은데요? 트로트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의 형식을 더 다양하게 개발해서 계속 관심을 끌면 괜찮을 거라고 봐요. 이번 추석에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2020 트롯 어워즈> 등이 방구석 1열 싹쓸이한 걸 보면 가능성은 큽니다(시청률 각각 29%, 22.4% 기록). 무엇보다 중장년층의 관심이 끊기지 않을 거예요.

 

설운슴 ❤️: 제가 가장 걱정되는 건, 관심을 받는 사람만 계속 받는다는 거예요. 맨날 똑같은 중견 트로트 가수가 심사위원으로 나오고, 예능 패널로는 요즘 핫한 가수만 계속 나와요. 그럼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사람은 어디에서 기회를 얻을지 걱정입니다. 트로트 가수는 행사 다니며 먹고사는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그 자리마저도 없고, 뜨려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주목받는 방법밖에 없잖아요.

장윤슴 💙: 앞으로 트로트 열풍이 어떤 방향으로 지속될지가 중요하겠네요.

 

 

📝. 누가 3줄 요약 좀

  1. 트로트는 1920년대 유행하기 시작해, 1960년대 후반 나훈아와 남진이 등장하며 인기가 치솟았어요.
  2. 요즘 트로트 열풍에 힘을 실은 세 가지 요인이 있어요: 첫째, 장윤정·홍진영 등 NEW 세대의 등장. 둘째,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탄생. 셋째, 뉴트로 열풍.
  3. 트로트가 방송에 너무 많이 나와서 지겹고 금세 식상해질 거라는 비판과, 그만큼 트로트 가수가 설 자리가 넓어졌다는 분석이 있어요.

 

 

 

뉴닉 팀 오늘의 노동요 트로트 Top5 🎶

👪뉴닉 팀: 트로트 특집으로 쓴다고 사무실에 하루 종일 트로트만 틀어놨어요. 그중에서 멜로디 너무 자극적이라 일 못 할 뻔한 노래, ‘캬~’ 소리 나왔던 노래 다섯 곡 공유해보아요(제목을 누르면 유튜브로 이동합니다).

 

#문화#엔터테인먼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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