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부양의무제, 너 문제 있어? 🤔

 

1. 부양의무제🎒가 뭐냐면

우리나라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어서(제34조), 스스로 생활을 하기 힘든 사람을 나라가 도와줘요. 이걸 뭐라고 하냐면: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 외환위기 이후 쏟아진 실업자와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 돈이 없어 생활이 팍팍해진 사람들에게 주민세, TV수신료,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을 깎아주거나 아예 안 받는 식으로 부담을 줄여줘요. 밥 먹고(생계비), 집 빌리고(주거비), 공부하고(교육비), 병원 갈(의료비) 돈도 주는데, 이건 ‘기초생활보장급여’라고 해요.

 

가난하면 다 지원받을 수 있는 거야?

조건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생활을 도와줄 가족이 없을 것 🙅’. 우리나라에는 직계 혈족*과 배우자가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법이 있어요(민법 제974조). 이게 바로 부양의무제. ‘자기 가족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걸 법으로 땅땅 정해놓다 보니,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가족이 안 죽고 살아 있으면 나라에서 지원을 받기 쉽지 않은 거죠.

* 나를 기준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딸, 아들.

 

2. 부양의무제, 너... 문제 있어? 🤔 

 

 

itzy itzy 많이 있지🙆. 가족이 여유가 있어 도와줄 수도 있지만, 돈이 없을 수도 있고 이름만 가족이지 몇십 년 넘게 연락 끊긴 사이일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최소한의 끼니만 챙기며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으로 사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7.8%인데(390만 여 명), 이런 사람들을 챙겨주려고 만든 법(기초생활보장법)으로 지원받는 사람은 그 7.8%의 절반도 안 돼요. 이런 사각지대 왜 생겼냐면:

  • 연락이 안 돼 📵: 수십 년간 연락이 끊겨 실제로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법적으로 가족관계가 얽혀 있으면, 나라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 

  • 다 가난해 😔: 밥 한 술 뜨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가족이 있다고 해도 서로를 도울 정도로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겠죠.

 

물론 이런 상황에도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부양기피사유서’를 내는 것. 부모자식 관계를 예로 들자면, 자식이 직접 ‘상황이 안 좋아서 부모를 부양할 수 없다’라는 내용을 서류를 작성해 부모에게 주면 되는데요 📄. 하지만 이건 ‘우리 자식이 불효한다!’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받아놓고도 꾹 참고 내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고. 또 이 서류를 받으려면 자식에게 일부러 연락을 해야 하는 거라, 오래 전 연락이 끊긴 경우엔 아예 생각할 수도 없어요. 

 

이렇게 사각지대에 걸려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은 73만 명(2018년 기준)이고, 이들 중 세상을 스스로 등지는 이들이 매년 끊이지 않는 상황이에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가장 잘 알려져 있죠. 당시 한 주택 지하에 세 들어 살던 60대 여성과 30대 딸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어요. 60대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병든 큰딸과 신용불량자인 작은딸을 챙겼지만, 몸을 다쳐 식당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상황이 나빠진 것. 세 모녀는 부양의무제 조건에 걸려 나라에서 지원을 받지 못했고 결국 함께 세상을 떠났어요. 이 외에도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신청한 노인이, 연락이 끊긴 아들에게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못 받는 일도 있었어요.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경우도 부양의무제 사각지대로 꼽혀요. 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도 의료 지원과 간병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하고, 그러면 상대적으로 가난에 시달리기 쉽기 때문. 정부가 일차적으로 이들을 돌볼 책임을 가족에게 두기 때문에 장애인이 스스로를 짐으로 여겨 목숨을 끊거나, 돌봄노동의 버거움에 눌려 보호자가 세상을 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요.

  • 2012년에는 경남 양산에서 지체장애인 남성이 자녀에게 소득이 있단 이유로 수급자에서 탈락한 후 세상을 스스로 등지는 일이 있었어요.

  • 2015년에는 전남 여수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부양의무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는 일이 생겼고요.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2019년부터 중증 장애인이 있는 집엔 부양의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어요.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다가 더 가난해지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딱 잡을 수 있는 동앗줄이 제때 내려오지 않는 건데요. 그래서 문제의 핵심에 있는 부양의무제를 없애야 한단 비판이 계속 나왔어요.

 

먼나라 이웃나라에도 비슷한 문제가 

  • 일본🇯🇵: 부양 의무 기준이 있지만 90년대 이후로 팍팍 개선 중. 지금은 ‘긴급한 상황’이 있다면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돕고 있어요.

  • 미국🇺🇸: MBTI 검사에서 개인주의 성향이 확실히 나오는 나라답게 부양의무자 개념 자체가 없어요. 개인의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가족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지원해요.

  • 유럽🌍: 북유럽과 중·남부 유럽의 분위기가 달라요. 북유럽은 사회적 약자를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요. 스웨덴의 경우 1978년에 자녀가 부모 생활을 돕도록 하는 법 조항을 폐지했어요. 중·남부 유럽은 가족주의가 뚜렷하고 가톨릭 전통이 남아 있어서 가족이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3. 부양의무제, 뚝딱뚝딱 고치는 중 🛠️

 

 

기초생활보장수급비는 4가지로 나뉘어요. 바로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원래는 얼마나 가난한지 알아보고, 조건이 맞으면 이걸 한꺼번에 묶어서 지원을 해줬고 심사할 때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엄격히 붙였어요. 그러다 항목별로 기준을 다르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게 됐어요(사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냐면:

  • 2015년 교육비 먼저:. 교육비를 줄 때는 부양 가족이 있는지 아예 묻지도 따지지도 않게 됐어요.

  • 2018년 주거비: 교육비와 마찬가지도 아묻따 지급하기로 했어요.

  • 2022년까지는 생계비: 부양의무 조건을 대부분 없애겠다고 했어요

 

원래는 의료비에서도 부양의무제를 빼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는데, 싹 지우는 대신 좀 더 낫게 고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어떻게 틀었냐면:

  1. 기초연금을 받는 저소득층 노인에게도 의료비를 주기로 했어요. 가족이 있으면 의료비를 못 받아 연금 40만 원으로 병원비까지 해결해야 했거든요. 

  2. 희귀난치나 중증환자일 경우엔 가족 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지원금을 주기로 했고요.

 

싹쓰리 없애면 좋을 거 같은데...? 당장 힘든 이유는

  • 돈이 없어💰: 나라 곳간이 조금 허전해질 수 있어요. 부양의무제를 다 폐지하면 연평균 10조 원의 예산이 더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 얌체 생겨🙄: 돈 받으려고 부모가 자녀한테 미리 돈을 다 물려주고 국가에서 급여를 받는 식으로 꼼수를 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 지점에 대해서 일부에서 예상되는 도덕적 해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법을 유지하는 게 맞냐는 비판도 있어요.

 

4.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만 부양의무제 없애겠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한 게 아니거든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다른 후보들도 없애자고 손 번쩍번쩍 들었어요. 당시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완전 폐지하자고 했고 홍준표, 안철수 후보도 일부 폐지를 들고 나섰을 정도. 중도,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가족 안에서 서로의 가난을 책임져야 하는 지금의 제도=‘문제 있슴 🦔’으로 보고 있단 것.
 

 

📝. 누가 3줄 요약 좀 

  1. ‘가족끼리 서로 생활 잘 할 수 있게 의무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법적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자식이나 배우자 있으면 정부 지원을 안 해주는 규정은? → 부양의무제!

  2. 가족이 있어도 다 가난해서 서로 도울 상황 안 되거나, 연락 끊기는 등 도움 전혀 못 받아서 정부 지원도 못 받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 → 부양의무제 폐지하자!

  3. 교육비, 주거비는 부양의무자 있어도 주기로 했어요. 생계비도 2022년까지 조건을 살살 풀기로 했지만 의료비는 예산 문제 때문에 부양 의무 기준 어느 정도 유지하기로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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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인권#장애인#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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