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아프간 여성들이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어요. 약 20년 전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을 직접 경험했거나 전해 들었던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가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탈레반의 부활이 아프간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리했어요.

탈레반이 여성을 어떻게 탄압했는데?

아프간 여성들이 부르카를 입고 서 있어요. 2010년 1월 6일. ⓒReuters/Ahmad Masood

탈레반 집권 시절(1996~2001년), 아프간 여성들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릴 수 없었어요. 샤리아 법*을 근거로 여성을 억압한 건데요:

• 교육·취업 🚫: 여성이 학교에 가거나 일을 하는 것은 거의 전부 금지됐어요(의료 분야 예외).

• 외출 🚫: 여성은 남성 동반인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었어요. 밖에서는 신체 부위를 모두 가리는 부르카를 입어야 했고요. 결혼하지 않은 남성과 여성이 어울리는 것도 엄격히 금지됐어요.

• 채찍질 😟: 복장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탈레반 ‘종교 경찰’이 거리에서 여성들에게 몽둥이나 채찍을 휘둘렀어요. 

• 출산 사망률 📈: 여성 혼자서는 병원에 갈 수 없다보니 집에서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렇다 보니 아프간 여성 인권이 100년 전보다도 못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 샤리아 법: 이슬람 경전(=쿠란) 등에서 가져온 법체계를 뜻해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큰데, 탈레반은 가장 극단적인 해석을 따르는 편이에요.

원래는 어땠어?

탈레반 이전에도 아프간에서 여성 인권이 제대로 보장됐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 때문인데요. 하지만 탈레반 시절보다는 나았다고. 예를 들면: 

• 아마눌라 칸 왕(1919~1926년): 서구식 근대화를 위해 여성의 권리를 보장했어요. 어린 아이를 강제로 결혼시키는 것(=조혼)을 금지했고, 일부다처제를 규제했고요. 그의 부인 소라야 왕비는 수도인 카불에 최초의 여자 학교를 만들기도 했다고. 

• 마지막 국왕 자히르 샤(1933~1973년): 여성이 선거에 나가는 걸 허용했어요. 수도 카불 같은 큰 도시에서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도 볼 수 있었다고.

탈레반 때 여성들은 숨어만 살았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항한 여성들이 있었어요.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비밀 학교가 곳곳에 세워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그저 숨죽인 채 살아야 했다고.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뒤에야 여성들은 다시 학교에 가고, 직업을 갖기 시작했어요. 군인·경찰이 된 여성도 많았고, 여성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도 나왔고요. 한계도 많았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던 건데요. 이번에 탈레반이 돌아오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하루 아침에 없던 일이 되고 2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걱정이 나오는 거예요.

아프간 여성으로만 구성된 ‘조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아프가니스탄 국립음악원에서 연습하고 있어요. 2016년 4월 4일. ⓒReuters/Ahmad Masood

한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가 훈련하는 모습이에요. 2014년 3월 10일. ⓒReuters/Morteza Nikoubazl

그럼 이제 어떻게 될까?

탈레반은 여성의 취업과 교육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믿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방송사에서 일하는 여성 기자가 출근을 금지당하기도 했고, 탈레반의 보복을 우려한 여성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글을 지우고 있다고.

한편으론 몇몇 여성들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도 있는데요. 지금 젊은 여성들은 탈레반 집권 이후에 태어났고, 부르카를 입어본 적도 없는 경우가 있다고. 스마트폰은커녕 휴대전화 통신망도 없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아프간 사회가 이미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