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고 김용균 사건, 책임지지 않는 책임자

 

1년 전, 한 청년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어요. 이름은 김용균, 94년생. 경찰이 그동안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는 누구인지 조사를 해왔고 그저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업체 대표들은 모두 무혐의!”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고 김용균 씨는 화력 발전소의 하청업체 직원.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관리하는 일을 했어요. 보통은 2인 1조로 근무하는데 김 씨는 혼자 근무했고, 다음 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가 왜 난 거야?

  • 2인 1조 근무 수칙 위반: 발전소에 기계가 많다 보니, 비상시에 안전 스위치를 누를 수 있도록 2인 1조로 근무하는 게 원칙이에요. 하지만 회사의 인력 사정상 김 씨는 혼자 근무했고, 떨어진 석탄을 치우려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었습니다. (이 밖에도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는 등 4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발됐고요.)
  • 과도한 외주화: 발전소 측은 업무 과정을 과도하게 쪼개고, 쪼갠 업무를 여러 외주 업체에 나눠주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끼리 소통하기가 어려워 위급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웠고요. 원청 기업이 하청을 주면 노동법상 책임을 직접적으로 지지 않을 수 있어서, 안전 수칙도 잘 안 지켜졌습니다.

 

근데 경찰은 왜 혐의가 없다고 한 거야?

경찰은 원청과 하청업체의 책임자 18명을 '사고로 숨질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조사해왔어요(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그런데 수사를 해보니, 원·하청 대표 등에게 이런 혐의를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

  1. 회사가 잘못은 했지만 대표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2. 책임은 관리직 직원들에게 있는데, 혐의는 살인죄가 아닌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에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해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사람들 반응은 어때?

유가족과 노동계는 2가지 이유로 분노하고 있어요.

  • 몸통은 빠지고 껍데기만 처벌: 김 씨가 숨지기 전에도 8년 동안 사고가 12번 일어났고, 시정요구도 28번이나 있었는데 경영진이 묵살해왔다. 이건 사실상 죽음을 방조한 거다. 진짜 책임자인 원청,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살인죄 적용해야 한다.
  • 기소된 사람마저도 솜방망이 처벌: 경찰이 원래 적용하려던 살인 혐의 대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솜방망이 처벌이 불 보듯 뻔해졌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인죄로 처벌하라.

경찰은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 상태. 사람들은 검찰이 원청·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 사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 작년에만 214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어요(하루 6명 꼴).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평균 벌금액은 400만 원, 실형 선고 비율은 0.5%에 불과하고요. 내년부터 (원청의 안전 조치 의무가 강화된) 김용균법이 시행되지만, 도입 과정에서 경영계의 반발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조항이 빠졌어요.

영국에서는 기업이 규정을 위반해 노동자가 숨질 경우, ‘살인’으로 규정하고 벌금에 상한선을 두지 않아요. 2011년에는 노동자 1명이 매몰사고로 사망했는데, 영국 법원은 해당 기업의 연 매출 115% 달하는 약 5억 원의 벌금을 매겼고요.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비슷한 법을 도입해 노동자 사망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우리나라에서도 고 노회찬 의원 등이 발의한 비슷한 법안 4건이 있지만, 통과되지 못한 채 국회에 남아 있어요.

#노동#산업재해#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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