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국 법원: 엄마란 무엇인가


트랜스남성이 아이를 낳았다면, 그는 아이의 ‘엄마'일까요, ‘아빠'일까요? 이번에 영국 법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긴 했는데... 오히려 궁금증이 더 많아진 사람들도 있다고.

  • 트랜스남성이 아이를 낳는다고? 가지고 태어난 성과 개인이 느끼는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을 트랜스젠더라고 하죠. 그중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한 사람은 트랜스남성이라고 부르고요. 성전환 수술 여부와 상관 없이 여전히 자궁 기관을 가지고 있다면 의학적 도움 등을 통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할 수 있어요. 

케이스 더 알아보기 ⚖️
이번 판결의 주인공은 프레디 맥코넬(Freddy McConnell). 그는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호르몬 투약과 수술을 받으며 남성으로 정체화를 했습니다. 그 뒤 2017년에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어요. 하지만 맥코넬이 아이의 출생증명서에 자신을 '아빠'라고 적으려 하자, 정부: "당신은 아이의 출생증명서에 아빠가 아닌 ‘엄마'로 등록되어야 합니다." 맥코넬은 이에 반발해 정부에 소송을 걸었지만, 고등법원은 맥코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그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태어난 아이의 임신과 출산을 직접 겪은 사람은 ‘엄마'라는 지위를 가진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판사는 이러한 판결이 맥코넬의 존엄성이나 자유를 꺾을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판결의 의의는?
이 판결은 트랜스젠더 가족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동성 부모들이 아이를 입양한 후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고, 아이를 대신 출생해준 대리모의 지위도 다시 논의될 수 있죠. 맥코넬은 항소하겠다고 밝히며 이렇게 트윗했어요: “트랜스남성이 아버지로 기록되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다. 나는 이 결정이 많은 종류의 가족들에게 고통스러운 의미를 줄 것 같아 두렵다.” 

프레디 맥코넬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의 저널리스트. 그는 출산 이후 스스로를 담은 다큐멘터리 <해마(Seahorse)>를 만들기도 했어요. 남성으로서 임신과 출산을 시도하면서 겪는 어렵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담았다고. 트레일러 영상 보러 가기(영어, 1분 40초).

서류에 엄마, 아빠 대신 ‘부모(parent)’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현재 프랑스에서는 동성 부모를 둔 아이들이 차별받는 상황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의 서류에 ‘부모1’, ‘부모2’라고만 표기하도록 한다고.

한국의 경우, 트랜스젠더가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따로 마련된 법률은 없어요. 다만, 지난 2006년의 판례를 바탕으로 개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별을 정정하고 있는데요. 보통 필수로 요구하는 서류만 약 14가지(의사의 소견서, 생식 능력 제거 진단서 등). 원래는 ‘부모 동의서’도 필수 서류여서, 주민번호 앞자리를 바꾸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난달부터는 부모 동의 없이 법원에서 성별을 정정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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