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메달이 올림픽의 전부는 아니니까

“진짜 후회 없이 뛰었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진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경기를 끝내고 우상혁 선수가 한 말이에요.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친 소감을 솔직하게 전한 선수에게 박수가 쏟아졌는데요 👏. 올림픽을 대하는 선수와 국민들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와요.

 

맞아. 이번 올림픽은 좀 다른 것 같더라. 

예전에는 선수들이 금메달을 못 따면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잖아요. 언론도 은메달에 “그쳤다”는 표현을 많이 썼고요.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다른데요. 선수들은 성적이 어떻든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하며 기뻐하는 모습이에요. 사격에서 금메달을 아깝게 놓친 김민정 선수는 “아직 어리니까 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고, 수영에서 5위를 기록한 황선우 선수는 “결승까지 간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어요.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요. 럭비나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우리나라의 메달 순위가 몇 등인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예전에는 왜 그랬을까?

올림픽 성적을 그 나라·민족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스포츠 국가주의).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민족의 우월성을 보여줬다”라고도 했고요. 교과서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갈 정도였다고. 국가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선수들은 투혼과 희생을 요구받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선수가 ‘개인’이 아니라 나라의 이름을 드높여야 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거예요. 메달을 따지 못하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선수들에게 화를 내거나 비난하는 상황도 많았고요.

 

언제부터 바뀐 거야?

하루아침에 바뀐 건 아녜요. Z세대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변화는 훨씬 예전부터 시작됐다고. 2000 시드니올림픽 때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강초현 선수(사격)가 은메달을 따고 활짝 웃으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해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한 것. 이후 선수들도, 사람들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 은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는 “준비한 걸 다 보여드릴 수 있어서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말을 남겼는데요. 선수들은 자신이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펼치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노력에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 결과가 아닌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와요.

#문화#스포츠#2020 도쿄올림픽#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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