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슴이, 죽음을 생각하다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블랙 팬서>로 얼굴을 알렸던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대장암 투병 끝에 숨졌다는 소식도 들려왔어요.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이후, 전 세계의 사망자 통계를 매일 접하게 되었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비대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 아픈 이야기도 자주 들려오고요. 일상의 붕괴로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우리의 우울을 말하는 단어도 생겼습니다. 매일 아침 집어 드는 마스크와 함께 두렵고 불안한 마음도 손아귀에 잡힙니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의 합성어

 

뉴닉에서는 이럴 때일 수록 용기를 내어 죽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죽음은, 그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오기 때문입니다.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우리는 조금 더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직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대화의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요. 이번 기사에서는 뉴니커와 함께 ‘죽음’을 얘기하려고 해요. 어쩌면 누구에게는 지지와 위로가, 다른 누군가에겐 오늘을 보내는 또 다른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1. 죽음이 뭐야?

간단히 말하면 생의 마감이에요. 조금 더 복잡하게 말하면, 우리와 같은 유기체(생명체)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이 영원히 멈추는 겁니다. 누구나 철저히 혼자서 겪어야 하는 '죽음'을, 많은 사람들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왔죠. 누군가에게 두려움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절정이었고, 누군가에겐 삶을 허무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이 삶을 더 꽃피우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해볼게요: 

  • 자연스러운 거야 🌊: 생에서 죽음으로의 이동이, 더 자연스러운 상태로 향하는 거라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우주를 관찰해보면 이미 많은 것들이 죽어 있거든요. 살아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 곳은 지구뿐이고 대개의 경우 죽음이 생보다 보편적이라는 것. 

  • 슬퍼할 이유 없어 💧: 장자(대표적인 도가 사상가)는 아내가 죽자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주변에서 ‘너무한 거 아니냐?’라고 묻자 이렇게 답하죠: “나도 처음엔 슬펐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슬퍼할 이유가 없더군. 처음에는 본래 삶이란 것도 없었고, 몸이라는 형체도 없었고, 형체를 이루는 기도 없었네. 그러다가 문득 기가 모여 형체가 만들어져 태어난 것이고, 지금은 다시 변해서 죽음으로 갔을 뿐이니, 사계절이 바뀌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똑바로 마주해봐 👁️: 바다 건너 살던 철학자 니체는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닌, 삶을 더 생생하게 잘 살기 위해 꼭 직면해야 하는 거라고 봤어요. 그는 매일 죽음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살다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오히려 기품있게 본인의 자유 의지대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기도 하죠. 

  • 죽음은 가능성이야 💡: 철학자 하이데거도 죽음을 떠올렸을 때 오는 불안이 역설적이게도 나의 존재를 제대로 고민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봤어요. ‘죽음을 향한 존재’인 인간은, 바로 그 죽음 때문에 살아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거죠. 

2.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

우리 모두는 언젠간 죽음이 찾아올 거란 사실을 알고 있죠. 태초에 언어가 있을 때부터 사람들은 이런 얘길 했을테지만, 2020년을 사는 우리에게도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여전히 익숙지가 않아요. 하지만 아무런 생각과 준비 없이 죽음을 경험하게 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죽음을 경험할 때 우리의 감정을 미리 예상해본다면, 조금 달라질까요?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은 짤이 있는데요:

만화 속에서 호머 심슨은 복어를 잘못 먹고 24시간 내에 죽을 위기에 처해요(영상). 의사는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면 보통 이런 마음을 갖는다며, 단계를 하나씩 읊고, 심슨은 그대로 반응하죠. 이 이야기는 사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Death and Dying)>에 나오는 모델에서 따온 거예요. 나의 죽음, 그리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의 단계를 나타낸 건데요. 어떤 단계가 있냐면:

1. 부정 🙅: “치워요! 난 안 죽어요!” 방어기제처럼,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단계.
2. 분노 😠: “이 돌팔이 같은!” 인정할 수 없는 마음을 넘어, 주변을 원망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단계.
3. 타협 🥺: “오케이. 내가 다 할 테니 목숨만 살려주라.” 죽음을 어떻게든 미루고 피하려는 단계.
4. 우울 😔: “...” 죽음을 부정하지 않지만, 후회와 슬픔 등 부정적 감정에 빠지는 단계.
5. 수용 😶: “그래,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지.” 더는 분노하거나 우울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단계. 

물론 모두가 이 단계들을 똑같이 거치는 건 아니에요. 누군가는 건너뛰고, 반복하고, 한 단계에 머물러 있죠. 죽음을 앞두고 느끼는 감정을 분류해놓은 이 자료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안도감을 주기도 하는데요. 어쩌면 우리가 죽음을 떠올렸을 때 따라붙는 분노, 우울, 두려움, 슬픔이 지극히도 당연함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일지 몰라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3. 어차피 다 죽는데... 왜 살지?

고슴이가 뉴닉 팀원들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우린 모두 언젠가 죽을 텐데, 지금 왜 살아있슴?”

‘사랑이 중요한’ 제이드💎: 어...(웃음) 가장 큰 건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고 사랑받는 일이에요. 그거 하려고 살아요. 내일 죽는다면 가장 후회되는 건... 비슷한 맥락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한단 말을 한 번이라도 더 못한 게 아쉬울 거예요. 

‘재미가 중요한’ 킴🙋: 삶은 누군가가 플레이를 눌러서 시작해버린 게임이고 전 주인공 같아요. 저요? 그냥 이것저것 재밌으니까 돌아다니면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플레이 방식을 택하는 편인데. 하다 보니 내 경험치도 쌓이고 레벨도 오르고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그런 게 재밌어서 계속하는 거지 뭐. 다~ 삶에서 택할 수 있는 태도입니다. 삶은 게임을 닮았구나! 잠깐만, 게임이 삶을 닮은 건가? 아님 삶은 계란? (안평🏀: 왜 이러세요...)

‘관계가 중요한’ 마라라🌼: 왜 살아있냐고? 난 5분 뒤에 죽어도 괜찮은데?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속상해하고 슬퍼하는 걸 상상하면 싫어요. 그런 점만 없다면 죽어도 돼! 내 생명만 똑 떼어 보면 소중한지 잘 모르겠지만, 날 소중하게 여겨주는 누군가와 관계가 형성되면 내가 그리고 내 삶이 소중하다는 게 느껴지죠. 또 ‘죽음’이란 단어가 무섭고 부정적인 어감이 있는데, 그냥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얘기하고 싶어요. <우리는 대체로 과거는 짐스러워하고 미래에는 눈을 감는다>라는 책에서 본 문장을 생각하면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내가 저질러놓은 찝찝한 과거나 아직 실행하지 못한 미래의 계획에 미련이 있기 때문인 거 같기도. 지금만 생각하면 당장 사라져도 아쉽지 않은데. 근데 최근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자주 안 하는 것 같애! 헉, 고슴도슴 때문에 바빠서 그런가?

‘후회하지 않고픈’ 쵸🐋: 살면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지, 그 과제를 찾아내려고 살아요. 죽음은, 물 마실 때 됐다며 울리는 앱처럼 항상 내 곁에서 뭔가 잊고 살지 않냐고 깨워주는 알람 같아요. 지금이 무한하지 않고, 잃고 오는 게 늘 있고, 이별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려줘요. 저는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다가왔을 때, 최소한으로 후회할 수 있게 살아야겠다고 늘 다짐해요. 후회 안 하려면 그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해하지 않고, 표현하고, 더 나눠주고,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고요. 아직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어진다고 상상하면 무섭고, 외롭고 슬프지만, 그래도요. 

5. 이번 주말, 이런 작품 어때요?

삶과 죽음에 대해서 좋은 질문을 던지는 예술 작품은 정말 많지요. 뉴닉 대표 킴🙋의 최애 작품들로 가득 채워봤습니다. 

📚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의미 있는 삶을 찾는 것에 대해 얘기한 것 기억하나? 적어두기도 했지만, 암송할 수 있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바쳐라. 자기를 둘러싼 지역 사회에 자신을 바쳐라. 그리고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자신을 바쳐라.”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님이 들려주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영원히 울림을 줍니다. 어릴 때 이미 읽었다고요? 지금 또 읽어도 엉엉 울게 되실 거예요.

🎥 영화 ‘원더풀 라이프’ (영상)

“당신 인생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요? 이 영화가 말하길, 천국으로 가기 전에 ‘림보’라는 곳이 있대요. 죽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며, 천국에 가져갈 가장 소중한 기억 한 가지를 골라야 하죠. 영화를 보시면 스스로 묻게 될 거예요. 나는 어떤 추억을 가져가지?

👯 뮤지컬/영화 ‘RENT’ (영상)

“지금 여기, 지금 우리, 두려워하지 마, 삶을 놓치지 마. 또 다른 길,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뿐.”

집세(Rent)도 못 내는 뉴욕 뒷골목의 청년 예술가들, 어차피 세상 모든 건 빌려 쓰는(rent) 것이라고 외쳐보지만, 둘러싼 현실은 가난과 에이즈, 마약 때문에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한 삶이죠. 그 속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이들을 보면서, 저는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사회#코로나19#책#영화#정신건강

구독할 경우 개인정보 수집·이용광고성 정보 수신에 동의하게 됩니다.

더 편하게 보고싶다면? 뉴닉 앱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