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나의 몸 나의 선택, 14주까지만

띠띠띠!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처벌하는 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땅땅 결정한 이후 ⚖️, 해당 법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정부가 1년 6개월 만에 입법예고안*을 내놓았는데, 이걸 둘러싸고 논란이 있어요.

* 입법예고안: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권리와 직결되는 법령을 만들거나 수정할 때, 그 내용을 미리 알려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간 공지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발표했어?

형법에 있는 ‘낙태죄’를 완전 삭제하는 대신, 임신중단을 부분적으로 허용해요. 임신 초기 14주까지는 본인이 원하면 임신중단을 해도 처벌받지 않고요. 15주에서 24주까지는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 ‘조건부’로 임신중단을 할 수 있어요. 원래는 임신부나 배우자가 유전병, 전염병을 앓고 있을 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을 때, 혈족이나 인척 사이에 임신을 했을 때, 임부의 건강이 위독할 때 등 5가지 경우에 한해 임신중단을 허용했는데요. 이제는 경제적, 사회적 상황 때문에 아이를 낳거나 기르기 힘든 형편인 여성도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다고. 단,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24시간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꼭 거쳐야 해요.

 

논란이 되는 이유가 뭐야?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40주의 임신기간을 1기(1~14주), 2기(15~28주), 3기(29~40주) 등 3개 기간으로 나누고, 1기까지는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쪽으로 안을 내놓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 명확하지 않아 ☁️: 임신중단 허용의 기준이 되는 날인 ‘마지막 정혈(월경) 시작일’이 모호하다는 것. 규칙적이지 않거나 몇 달씩 건너뛰는 경우도 많아 자기 자신도 정확한 주기를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거든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이렇게 모호할 수밖에 없는 기준으로 처벌을 규정하는 건 헌법의 ‘명확성의 법칙*’에 어긋난다고 입장을 냈어요.

  • 여성만 처벌해 😶: 임신 사실을 늦게 알거나 수술 비용을 구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14주를 넘겨 임신중단을 하게 됐을 때, 여성만 처벌받아요. 임신은 여성 혼자 하는 게 아닌데, 남성이 처벌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건 문제라는 것.

  • 진료권은? 🏥: 원래 의사는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법으로 땅땅 못박혀 있는데요. 인공임신중절 진료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진료 거부를 인정해서 논란이 있어요. “난 종교적 이유로 임신중단 시술을 하고 싶지 않아!”라는 일부 의사의 목소리를 반영한 건데, 진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 24주 후에는?: 법으로 허용되는 기간 이후에도 여성과 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임신중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요. 이번 예고안에선 24주 후의 인공임신중절 진료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제시하고 있지 않아요.

여러 인권기구와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까지 줄곧 “어떤 경우에도 임신중단은 범죄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며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해왔는데요. 이번 결정이 '일부 폐지'에 가까워 의아하다는 평가도 나와요.

* 명확성의 법칙: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은 뭐가 금지되고 뭐가 허용되는지 그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법칙이에요.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어?

전 세계 67개 나라가 여성 본인이 원하면 임신중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보통 평균 12주 정도로 시기 제한을 두고 있어요. 예외적으로 뉴질랜드는 올해 3월 법 개정을 해 임신중단에 따른 처벌조항을 완전히 없앴고요. 임신 주 수에 따른 제한이 있긴 하지만 20주가 넘으면 2명 이상의 전문가가 여성의 건강 상태, 행복, 임신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임신중단을 가능하게 한다고.

 

+ 임신중단을 남용한다고?

한 국회의원이 이번에 나온 입법예고안에서 임신중단을 허용할 때 고려하는 ‘사회, 경제적 사유’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낙태(임신중단)가 남용될 수 있다”는 말을 했어요. 이에 대해, 여성의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수술인 임신중단을 어떻게 남용할 수 있겠냐며, 3만 2000개가 넘는 항의 트윗이 SNS에 올라왔어요.

 

+ 왜 낙태 대신 임신중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나요?

뉴닉은 태아에 초점을 두고 있는 단어 ‘낙태’ 대신, 임신의 주체인 여성의 입장에서 말하는 단어 ‘임신 중단’을 사용합니다. (🦔고슴이: 고슴이 몸은 고슴이 꺼!) 👉 뉴닉의 여성용어 가이드 읽으러 가기

#인권#여성#임신중단#헌법재판소#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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