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폭발과 함께 폭발한 레바논 시민들 😡

8월 초, 지중해 연안의 한 나라 ‘레바논’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발 사고가 있었죠. 이 사고로, 6000명이 넘는 사람이 다쳤고, 30만 명이 집을 잃고 피난민이 됐어요. SNS에는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새까만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영상이 퍼지며, 전 세계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고.

 

 

 

1.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 Hussein Malla, AP

폭발, 왜 일어난 거야?

6년 넘게 항구에 쌓여 있던 질산암모늄이 폭발하면서 일어난 사고예요. 

  • 질산암모늄🛢: 비료를 만들 때 쓰이는 산화제인데, 폭발물 만들 때도 쓰일 만큼 그 위력이 세요. 

특히 따뜻하고 꽉 막힌 공간에 있거나 불에 잘 타는 소재와 같이 있으면 폭발할 위험이 커요. 그래서 더 신경 써서 다루거나 보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피해 엄청 심각할 것 같던데...

맞아요. 이번 폭발은 규모 4.5의 지진과 맞먹는 규모였다고. 워낙 큰 폭발이라 처음엔 사고가 아니라 테러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요. 이번 폭발로 레바논이 입은 피해를 숫자로 살펴보면:

  • 15,000,000,000: 폭발 피해를 돈으로 환산해보면, 150억 달러. 한화로는 18조 원에 달한다고. 레바논의 국내총생산량(GDP)의 4분의 1에 달하는 큰돈이에요.
  • 300,000,000: 사고 직후 레바논을 찾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 국제적십자사, 세계은행 등을 불러모아 국제사회의 이름으로 3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어요. 
*프랑스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면? 아래 4번 항목에 👀
  • 300,000: 집을 잃은 사람이 30만 명이에요. 폭발로 큰 건물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먼지 폭풍이 그 주변 지역까지 퍼져 살기 당장 살기 힘들 정도라고.
  • 171: 숨진 사람 수예요. 부상자 수는 6000명을 넘겼고, 찾지 못한 실종자도 30~40명에 달한다고. 

 

얼른 잘 수습돼야 할 텐데

세계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어요. 세계 식량기구는 주요 식량인 빵이 부족할까 봐, 5만 톤의 밀가루를 보내기로 했다고. 레바논은 대부분 식량을 외국에서 들여오는 나라인데, 이번에 폭발로 곡식을 들여오던 베이루트 항구 업무가 모두 마비되며 먹을 것이 모자란 상황이거든요.

 

우리나라도 1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는데,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유엔 평화유지군인 ‘동명부대’도 도울 거라고. 동명부대는 한국군이 해외에 파병한 부대 중 가장 오래된 부대인데, 2007년에 처음 레바논 땅을 밟고 여러 작전을 수행 중이에요. 이번에는 구호 물품을 직접 전달해서 사고 수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래요.

 

 

2. 폭발 뒤에 난민이 있었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 중 최소 45명 이상이 시리아 국적의 노동자로 밝혀졌어요. 지금 레바논에 사는 사람 4.5명 중 1명이 시리아 국적이거든요. 시리아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냐면: 

  • 시리아 내전: 2011년부터 계속된 전쟁으로 560만 명의 난민이 고향을 탈출해 다른 나라로 떠났는데, 이 중 150만여 명이 국경이 딱 붙어 있는(지도) 레바논에 자리를 잡았어요. 레바논의 전체 인구는 약 685만 명이고요. 

레바논은 인구 대비 세계에서 시리아 난민을 제일 많이 받아들인 나라가 됐는데, 식량·교육·의료 지원을 따로 해 주지는 않아요. 그렇다 보니 난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팔 걷어붙이고 일했고, 레바논의 운송·건설·농업 분야 노동자 중 많은 수가 시리아인이라고. 폭발 당일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트럭 기사 등으로 일하던 시리아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거예요.

 

+ 레바논과 난민, 조금 더 살펴보면 🔍

시리아를 떠나 레바논에 살 수는 있게 됐지만, 쉽지는 않아 보여요. 많은 사람이 허가받지 않은 임시 천막촌 등에 살고, 난민의 절반 정도는 유엔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공식적인 지원도 못 받고 있다고. 레바논 경제 상황도 그리 좋은 게 아니다 보니, 시리아인이 운영하는 가게랑 레바논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싸우기도 하는 등, 서로 부딪치는 일도 왕왕 생긴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코로나19가 크게 번지면서 바이러스가 퍼질 걸 걱정한 레바논 정부가 “난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 못 해!” 딱 막고 서기도 했다고. 음식도, 돈도 없이 고립된 데다가 이번 폭발 사고까지 겹치며 레바논 베이루트에 사는 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나빠졌고요.

 

 

3. 폭발과 함께, 폭발한 시민들

 

 

사고 이후,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어요: “레바논 정부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해서 폭발이 일어났다!” 총리와 대통령이 항구에 쌓여 있는 질산암모늄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고 받고서도 바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거든요. 시위는 점점 격해져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과 경찰이 쏘는 최루탄이 거리를 메웠고, 이 과정에서 230여 명이 다치고 경찰관 1명이 숨졌어요.

 

왜 이렇게 시위가 커진 거야?

꼭 이번 사고 때문만은 아니에요. 정부가 일을 제대로 못 한 게 하루 이틀이 아녀서, 부글부글 끓던 민심이 터진 거라고. 작년부터 레바논은 극심한 경제 위기에 빠져 있었어요 📉. 청년실업률은 40%에 육박하고, 3분의 1이 넘는 시민들이 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입도 없었다고. 사람들이 힘들어지니, 정부 곳간도 텅텅 비기 시작했어요. 국가부채율은 세계 3위가 됐고, 지난 5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 100억 달러를 빌려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런데도 정부는 회계장부도 공개하지도 않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 사업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어요. 그렇다 보니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0이 됐고요.

  • 어느 정도냐면: 여러 나라가 구호 물품과 지원금 등을 보내주겠다고 하자, 시민들은 정부한테 주지 말고 직접 달라고 요구했어요. 국제사회도 지원금을 정부에 전달하지 않고, 직접 시민들에게 주겠다고 답했어요. 차라리 다시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겠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나왔고요. 

 

상황이 이 지경인데, 정부는 뭐해?

사표 우수수 쏟아내는 중. 총리와 주변 핵심 인물이 모두 물러났어요. 행정부에서 일하던 책임자까지 다 물러나면서 사실상 모든 업무가 마비됐고, 새로운 정부가 잘 자리 잡기 전까지 당분간은 혼란이 더 클 것 같아요.

 

 

4. 레바논, 조금 더 궁금하다면 👣

맞아, 사실 나 레바논 조금 낯설어

이번 폭발 사고로 뉴스에 많이 나오지만, 레바논이 어떤 나라인지 약간 헷갈릴 수 있어요. 어떤 나라인지, 왜 이렇게 상황이 안 좋아졌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 어디에 있냐면 🗺: 레바논은 지중해 연안에, 시리아·이스라엘과 붙어 있는 중동 국가예요. 한때 ‘중동의 스위스’라고 불리고, 수도인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나라였다고(사진).
  • 무슨 언어를 쓰냐면 💬: 아랍어와 함께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해요. 원래 오랫동안 동로마 제국 영토였다가 오스만투르크(터키 제국)의 지배를 받았는데,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투르크가 지고 난 뒤엔 프랑스가 레바논을 다스렸거든요.
  • 종교는요 ⛪️: 중동 국가로 대부분 이슬람교가 많은데, 프랑스가 다스린 배경 때문인지 기독교 신자들도 많아요. 종파로 따지면 18개나 되고요.

 

근데 언제부터 상황이 안 좋아진 거야?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다 독립하고 나면, 여러 세력이 부딪치면서 시끌시끌해지곤 하죠. 일제강점기에서 막 벗어나 독립한 후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나뉘어 싸운 것처럼, 레바논에서도 내전이 일어났어요.

  • 레바논 내전: 무려 15년이나 이어졌는데, 사이가 좋지 않은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레바논에 들어와 싸우는 바람에 더 엉망이 됐어요. 전쟁이 끝나고도 ‘헤즈볼라’*라는 무장조직은 해체를 안 하고 레바논의 정치에 영향을 뿜뿜하는 중이고요. 이 무장조직이 레바논을 본거지로 하고 있다 보니, 나라가 시끌시끌하다고. 2006년에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사 2명을 납치한 걸 시작으로 전쟁이 나서,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어요. 
* 헤즈볼라: 풀 네임은 ‘레바논 이슬람 저항을 위한 신의 당’.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 때문에 레바논은 주변 아랍 국가에서 도움을 잘 못 받기도 한다고. 이란은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껄끄러워하는 나라거든요. 레바논에 지원한 돈이 다 이란으로 흘러 들어갈까 봐 걱정하는 거라고.

 

군사적인 상황도 이렇게 속 시끄러운데, 종교 문제도 복잡해요. 종파만 18개나 되는 만큼, 독립하고 나라를 세울 때 특별한 약속(“종교에 따라 정치 권력 딱딱 나눠가지자!”)을 했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고.

  • 종교랑 정치 어떻게 나눴냐면: 국회의원 수? 기독교 반 무슬림 반으로 반반 나눈다! 대통령과 군 참모총장은 마론파(기독교), 총리는 수니파(이슬람교), 국회의장은 시아파(이슬람교), 국회부의장과 부총리는 정교회, 군 사령관은 드루즈파(이슬람교)가 맡기로 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 다른 종파가 부딪치면 정치적 합의가 잘 안 되고, 가끔 국정이 마비되는 일도 생겼어요. 이런 갈등으로, 29개월 간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었던 적도 있었고요.

 

    + 📝  누가 3줄 요약 좀

    1. 레바논 항구에 쌓여 있던 질산암모늄이 터지면서 큰 폭발이 일어나 사람들이 죽고 다쳤어요.
    2. 사고를 막지도, 수습도 못 하는 정부에 화가 난 시민들이 들고일어났고, 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사표를 냈어요.
    3. 원래 안 좋던 경제는 코로나19로 더 안 좋아졌고, 난민부터 종교 문제까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상황이 쉽게 나아지긴 어려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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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와 난민캠프: 레바논에 살고 있는 시리아 난민 이야기를 했는데요. 아직 ‘난민’ 개념이 낯설고 어렵다면? 이 기사를 추천해요. 
    • 레바논 국가부도의 날: 레바논, 언제부터 이렇게 상황 안 좋았었냐고요? 올해 3월, 레바논 정부는 다른 나라에 빌린 돈을 못 갚겠다고 선언(모라토리엄)한 적도 있어요. 더 궁금하다면, 이 기사를 확인해보세요.
    #세계#중동아프리카#난민#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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