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아동학대, 이제 진짜 그만

요 며칠 가슴 아픈 아동학대 사건이 연달아 뉴스를 뜨겁게 달궜는데요(쇠사슬에 묶인 채 학대당했던 10살 아이, 여행 가방에 7시간 이상을 갇혀 있다 숨진 9살 아이). 기사 제목만 봐도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다 같이 생각해볼 만한 법 조항이 하나 있어요.

 

법 조항? 어떤 건데? 

아이를 키우는 사람(친권자)이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징계권*. 이는 62년 전, 아이를 잘 키우려면 체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반영돼 만들어진 건데요. 아동학대 문제가 있을 때마다 덩달아 논란이 되고 있어요. 이 조항은 ‘법으로 따졌을 때, 체벌이 폭력이다 vs. 교육이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체벌은 교육’이라는 입장에 힘을 실어주거든요. 이 때문에 아동학대 가해자의 단골 변명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때린 게 아니라 징계한 건데요? 징계권은 민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데요?”

* 민법 제915조 징계권.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 

 

저 조항 그냥 삭제해버리면 안 되나?

법무부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제 이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 조항을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어요. 다만 이를 두고 오래된 찬반 논의가 있어요 🧐.

  • 징계권, 없애자: 1958년에 만들어진 옛날 법이 아동학대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잖아. 삭제하자! 그리고 아이는 양육, 훈육, 처벌 등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할 권리를 가진 주체야!
  • 그래도 없애는 건 좀: 징계권은 그대로 두고, 어쩌다 한번 일어나는 극악무도한 아동학대나 폭력에 대한 처벌만 더 세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또 작년 12월 보건복지부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답변을 한 사람의 75% 정도가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되려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론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해요. 징계권을 삭제한다는 게, 아이에 대한 친권자의 훈육 자체를 막는다는 게 아니기도 하고요**. 정부는 작년 5월에도 징계권을 삭제하려고 했었는데, 이번에 법무부가 쏘아 올린 공을 21대 국회가 어떻게 이어갈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 민법 제913조에서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징계가 아닌 아이를 가르치는 의미의 훈육은 이미 법률로 마련되어 있는 것.

 

+ 징계권, 다른 나라에도 있는 건가?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뿐이에요. 작년까지만 해도 일본도 친권자의 징계권을 보장하고 있었는데, 작년 6월 친권자가 아이를 체벌하지 못하게 하는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4월부터 시행됐어요. 몸을 직접 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어폭력도 금지했고요. 게다가 이미 다른 54개 나라에서는 친권자가 어떤 이유로도 아이를 체벌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인권#어린이#아동학대#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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