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집게손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

최근 게임업계가 시끌시끌했잖아요. 넥슨의 게임 홍보영상에 들어간 ‘집게손’ 이미지 때문이었는데요.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논란이었는지,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지 살펴봤어요.

나도 봤는데... 정확히 무슨 일이더라?

  • 발단: 11월 23일, 넥슨이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을 공개했어요. 영상에는 게임의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데요. 이틀 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의 한 프레임(0.1초)을 캡처한 이미지와 함께 이런 게시물이 올라왔어요: “캐릭터가 ‘집게손’ 모양을 하고 있네? ‘남성혐오’ 아니야?”

  • 전개: 이 글이 퍼지자 이 캐릭터를 그린 걸로 ‘지목’된 외주업체 직원 A씨의 SNS가 공격 대상이 됐어요. A씨가 과거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는 걸 문제 삼으며 고의로 이런 이미지를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논란이 커지자 넥슨은 서둘러 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했어요: “혐오를 몰래 드러내는 것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다른 게임 회사들도 ‘집게손’ 장면이 들어간 영상을 찾아 비공개 처리하겠다고 나섰고요.

  • 결말: 해당 장면은 A씨도, 여성도 아닌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만든 걸로 드러났어요. 영상을 검수하고 감독한 사람도 50대 남성으로 밝혀졌고요.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 하지만 A씨는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되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는 등 사이버불링 피해를 겪고 있어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넥슨 등 게임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직원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고요.

근데 ‘집게손’이 왜 논란이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집게손 = 남성혐오’라고 주장하거든요. 집게손은 2015년부터 약 2년 동안 운영됐던 온라인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로 쓰였어요. 여성의 신체를 품평해온 남성 문화를 거울에 빗대듯(=미러링) 비판하겠다며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한 건데요. 사이트는 2017년 문을 닫았지만, “메갈리아 이용자들이 ‘남성혐오’의 상징인 집게손 이미지를 곳곳에 퍼뜨리고 있다!”는 인식이 여전해요. ‘메갈리아’와 관련됐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운 데도 ‘집게손’만 눈에 띄면 ‘논란’이 반복되는 거예요. 심지어 국립전쟁기념관에서는 ‘메갈리아’가 생기기 전인 2012년에 만든 시설물이 논란에 시달린 끝에 철거되는 일까지 있었다고.

그건 왜 그런 거야?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패턴이 됐다는 분석이 나와요.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 ‘논란’이 되고 → 기업이 사과하자 → 사람들이 ‘우리의 문제제기가 먹히네?’ 하면서 반복된다는 것. 예를 들어 2년 전에 GS25의 온라인 홍보 이미지를 두고도 똑같은 논란이 나왔는데요. 당시 GS25뿐 아니라 ‘집게손 논란’에 휘말린 다른 기업도 일제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사과했어요. 근거가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논란이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하는 거예요.

‘집게손 논란’이 인터넷상 논란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피해자를 낳기도 해요. 예를 들어 게임업계에서는 일부 이용자들이 페미니스트로 ‘의심되는’ 여성을 ‘색출’한 다음 ‘퇴출’에 이르게 하는 일이 빈번했어요. 이용자들의 항의가 쏟아지면 기업이 항의를 받아들여 외주업체와의 계약을 끊거나 직원을 해고하는 식으로 대응했기 때문. 이번 사태 역시 넥슨이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의혹에 사과부터 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와요. 외주업체 노동자 A씨와 애니메이터의 노동권이 침해됐을 뿐 아니라, 갈등을 키웠다는 거예요.

#문화#인권#여성#젠더#성차별#게임

구독할 경우 개인정보 수집·이용광고성 정보 수신에 동의하게 됩니다.

더 편하게 보고싶다면? 뉴닉 앱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