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프랑스 파리의 한 회의장.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울려 퍼졌어요. 2030 엑스포 개최지 투표 결과가 나온 건데요. 우리나라 부산 vs.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리야드 vs. 이탈리아 로마 중, 사우디가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갔어요.

• 엑스포 뭐더라?: 기술이나 경제·문화 분야를 다루는 행사로, 올림픽·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행사로 꼽혀요. 엑스포에는 6개월 동안 분야 제한 없이 열리는 끝판왕 등록엑스포와, 3개월간 일부 분야만 다루는 인정엑스포가 있는데요. 여수엑스포·대전엑스포는 인정엑스포였어요. 부산이 도전한 2030 엑스포는 등록엑스포고요. 부산시는 6개월 동안 최소 61조 원 수준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어요. 일자리도 54만 개 생길 것으로 내다봤어요.

얘기 들었어, 졌다던데? 😕

맞아요. 사우디가 165표 중 119표를 쓸어 담았고, 우리나라가 29표, 이탈리아가 17표를 얻었어요. 우리나라는 1차 투표에서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2차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를 누르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는데요. 표 차이가 커 1차 투표에서 바로 끝났어요:

• 역전 시나리오: 처음부터 사우디가 압승할 거라는 말이 많았고, 우리나라는 유치전에 늦게 뛰어들어 불리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막판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요. 인권 탄압 논란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 등 사우디에 불리한 정황도 있었고요. 이에 우리나라가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 현실은 오일머니 벽: 결국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어요. 사우디는 유치전에 10조 원을 쓴 걸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경제난을 겪는 개발도상국 등에 “우리가 빠방하게 투자할게!” 물량공세를 했다고. 같은 아랍·이슬람권 나라들의 지지도 있었고요. 

정부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분위기예요.

어쨌든 아쉽긴 하네...

엇갈린 평가가 나와요:

• 졌잘싸야 👏: 윤석열 대통령·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는 물론, 최태원 SK 회장 등 기업도 발 벗고 나섰어요. 이들은 투표 직전까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국제박람회기구 182개 회원국을 모두 만났는데요. 이렇게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고,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친 경험은 의미 있다는 것.

• 졌잘싸 아니야 ✋: 그렇다기엔 너무 크게 졌다는 거예요. 이 정도까지 참패할 걸 예상 못한 건 정부의 외교력이나 정보력에 문제 있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요. 밀었던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 책임론이 일어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해지는 등 후폭풍이 있을 거라는 얘기도 있어요.

준비했던 건 어떻게 되는 거야?

• 엑스포는 중꺾마: 부산시는 2035 엑스포 재도전을 검토하고 있어요. 이번에 부산의 경쟁력은 충분히 보여줬다는 것. 국제행사는 첫술에 배부르기보다 재도전 끝에 유치해 낸 경우가 많다고도 하고요.

• 사업은 킵고잉: 원래 부산시는 엑스포와 함께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등 여러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는데요. 대부분 원래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유치에 성공했을 때만큼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 빈 살만이 엑스포에 진심인 이유 🇸🇦

사우디는 원래 보수·폐쇄적인 ‘은둔의 석유 왕국’ 이미지였어요. 언론인 피살 등 이런저런 사건으로 국제사회 여론도 별로였고요. 그런데 요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개혁·개방에 힘쓰고 있어요(=비전 2030). 이에 국제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글로벌한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거고요. 그 결과 2030 엑스포에 2029 동계아시안게임, 2034년 아시안게임, 2034 월드컵까지 사우디 몫으로 가져가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