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기후우울증 인터뷰 3️⃣: "최악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뉴스펭귄은 

기후위기와 멸종위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로,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기후악당’의 광고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어요. 임병선 기자는 2년 6개월 전에 뉴스펭귄에 합류해 기후위기와 멸종위기 소식을 전해왔어요.

기후우울증 인터뷰 모아보기🎙

1️⃣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보림·김서경 님

2️⃣ 웹툰 작가 구희 님

3️⃣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님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가 뉴닉과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NEWNEEK

최근 ‘기후우울증’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는데요.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시나요?

그만큼 기후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이 많아져서인 것 같아요. 기후위기가 널리 알려지는 건 중요한 일인데,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생기는 거죠. 기후위기를 알아가면 암담하다, 불안하다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 같아요.

기자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아이템을 찾을 때 되게 많이 느껴요. 포털사이트에서 ‘기후위기는 사기극이다!’라는 식의 댓글을 볼 때 느끼기도 하고요. 정보를 의심해보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후위기가 사기극은 아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내가 기사를 쓰는 게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그런 감정이 들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기사로 쓸 새로운 아이템을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기후위기 소식을 전할 때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법도 있고, 재미있게 알리는 방법도 있는데요. 조금 더 재밌는 아이템이나 흥미롭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다짐하곤 하죠.

‘나 혼자 실천한다고 해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쉽잖아요. 그게 기후우울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이 들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주변에도 ‘안 쓰기로 했는데 오늘 일회용품 썼다’면서 자책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사실 정부든 기업이든 더 크게 잘못하는 곳도 많은데, 자책을 하다 보면 내 기분이 나빠지잖아요. 예를 들면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이 많이 쓰이는데요. 이건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니 쓰지 말자는 얘기도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화석연료 회사들이 ‘유튜브에서 영상을 볼 때 저화질을 선택해서 탄소발자국을 줄이자’는 식의 캠페인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굉장한 떠넘기기죠. 그래서 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실천은 하되 자책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에요. 

기후위기 기사를 전하다 보면, 아무래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소식보다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게 많을 것 같아요. 혹시 좌절감을 느끼시지는 않나요?

좌절까지는 아니지만 무력감은 종종 느끼는 것 같아요. 기후위기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잖아요. 어떤 문제 하나를 지적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럴 때 (문제의 거대함 앞에서) 무력감을 종종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기후위기 소식을 계속 전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도 느껴요. 예를 들어 2년 반 전에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포털사이트 댓글에 ‘기후위기는 사기다!’라는 댓글이 정말 많았거든요. 지금도 있긴 하지만,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큰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죠. 언론에서도 기후위기가 훨씬 많이 다뤄지고 있고요. 그런 걸 보면 그래도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사소한 건데, 제가 아울렛을 갔다가 문을 활짝 열어두고 냉방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걸 기사로 썼더니 댓글도 많이 달리고 반응이 좀 있었는데요. 2주쯤 뒤에 다시 가보니 문이 거의 다 닫혀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그래도 변하는 게 있구나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그런 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기후위기나 환경 소식은 매번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혹시 이와 관련한 고민은 없으신지도 궁금해요.

그럼요. 항상 하는 고민이에요.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기후위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려면 재밌는 콘텐츠도 필요하다고 봐요. 균형을 어떻게 맞출 건지가 늘 고민이죠. 얼마 전에 어느 기후과학자의 강연을 봤는데, 그분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기후위기 소식을 재밌게 전할 방법은 없을까?’ 하고요. 그게 마음에 와닿았어요.

우리의 미래에 그래도 희망이 남아있다는 증거가 될 소식도 있을까요?

작년에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중에 그런 게 있었어요. 세계 각 나라가 탄소를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잖아요. 그게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어쩌면 기후위기에 관한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는 거예요. 또 하나를 꼽자면, 인류가 오존층 파괴를 막은 경험이 있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인류가 기후위기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보는 거죠.

#미디어#기후위기#환경

구독할 경우 개인정보 수집·이용광고성 정보 수신에 동의하게 됩니다.

더 편하게 보고싶다면? 뉴닉 앱에서 만나요!